['생생' 제약-바이오] 셀트리온 합병 '발목잡기'…휴마시스가 얻는 것은
[앵커] 최근 셀트리온그룹이 주요 3개 회사를 합병하는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3개 회사 중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중입니다. 반대하는 쪽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합병에 휴마시스가 어깃장을 놨습니다. 셀트리온에 받을 돈이 있는 채권자로서 합병에 반대 의사가 있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낸 건데요. 휴마시스가 받을 돈이 있다는 건 뭔지, 실질적으로 합병에 영향이 있는 건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광호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휴마시스가 셀트리온에 자금을 대준 적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사건부터 정리해 주시죠. [기자] 휴마시스는 지난 21일 셀트리온의 합병에 채권자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에 대해 &'채무자로서 변제나 담보제공 등 적법절차를 이행하라&'고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휴마시스가 셀트리온에 돈을 빌려줬던 건 아니고, 두 회사의 소송이 얽혀 있습니다. 두 회사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동 개발해 공급하고 있었는데,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쌍방 소송 중입니다. 셀트리온은 휴마시스가 납기를 지키지 못해 회사의 평판과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고, 휴마시스는 납기 지연은 합의된 것이었고 오히려 셀트리온의 과도한 단가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휴마시스가 제기한 미지급 대금과 손해배상 대금이 달러와 원화를 합쳐 약 1천200억 원 정도인데, 이 돈이 채권이 되면서 합병에도 이의를 제기한 셈입니다. 지난 24일이 채권자 이의제기 마감일이었는데, 현재까지 휴마시스 외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곳은 없습니다. [앵커] 소송 중인 돈이란 얘기는 받을지 안 받을지 모른다는 건데 그것도 채권이 됩니까? [기자] 네, 일단은 됩니다. 이번 채권자이의서는 셀트리온에서 이의를 제기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서류를 휴마시스에게 보내면서 시작됐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채권인지 아닌지 모르는 돈이니 일단은 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상법상의 논리가 적용된 상황입니다. [앵커] 채권자이의서라는 용어 자체도 약간은 생소한데,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까? [기자] 소송 중인 대금으로 이의서를 제출한 건 많지 않습니다만, 채권자 이의제기 자체는 종종 발생합니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유명한 건 2017년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과의 합병과 관련된 건입니다.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래로 홀딩스를 거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합병이었는데요. 당시 채권자였던 산업은행이 홀딩스 재무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이 때는 결국 산은의 채권 561억 원을 모두 지급하면서 합병을 강행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당시에도 외환은행 노조에서 이의제기와 함께 합병 중단 소송을 제기해 3개월간 합병 작업이 멈춘 적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에도 휴마시스가 셀트리온의 합병을 멈춰 세울 수도 있습니까? [기자] 물론 합병 중단 소송을 시도할 수는 있습니다만, 당시 외환은행 합병에는 2012년부터 5년간 법인을 합병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가 있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법조계 취재를 해 보니, 이번 경우에는 설령 휴마시스가 가처분 신청을 내더라도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또, 아주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서 셀트리온이 휴마시스의 채권을 일단 물어줘야 하더라도 셀트리온에는 충분한 자금이 있습니다. 앞서 주식매수청구권을 감당할 재원으로 1조 원을 준비했는데 실제로 청구가 들어온 건 79억 원, 1%도 안 되는 금액을 돌려줬거든요.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응할 충분한 자금이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어쨌든 합병에 반대 의사가 나온 상황인데요. 앞으로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법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보면, 셀트리온이 받은 휴마시스의 이의서를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채권을 그냥 지급해 주거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담보를 제공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신탁회사에 채권에 상당한 금액을 맡겨놓는 것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방법은 소송 중이니 당연히 불가능하고, 세 번째 방법은 현실적으로 거의 쓰이지 않아 절차를 갖춘 신탁회사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 휴마시스에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면 담보를 받기 위해서 이의서를 제출했다는 건가요? 휴마시스의 의도가 뭔지 궁금한데요. [기자] 법조계에서는 담보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 수령을 거부하는 등 일부 지연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변호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윤영 / 변호사 : 채권자 이의제출은 기본적으로 상법에서 정하는 &'채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데, 휴마시스 측에서는 이를 행사함으로써 자신이 채권자임을 명확히 드러내서, 결과적으로 채권의 액수라든지, 채권이 존재하는지 등에서 (소송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질적으로 합병과 관련해선 셀트리온이 은행이나 보험사에 패소 시 휴마시스에 얼마를 지급한다는 보증만 걸어 놓는다면 합병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변호사 분석입니다. 휴마시스는 채권자 이의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셀트리온의 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SBS Biz
|
이광호
|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