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가 확 바꾼 우리 일상…손잡이 접촉기피·알코올 휴대
&'이걸로 손 닦으세요.&' 지난 5일 택시를 탄 직장인 이푸름(29)씨에게 택시기사가 손 소독제를 내밀었다. 이씨는 &'처음 택시기사분이 손 소독제를 손에 뿌려줬을 땐 당황스러웠는데, 몇 번 이런 일을 겪다 보니 기사님이 택시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 같아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유행이 시민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8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1천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신종코로나로 일상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직장인 정모(32)씨는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손잡이를 절대 잡지 않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선다고 한다. 정씨는 &'장갑을 끼고 있어도 바이러스가 묻은 장갑으로 얼굴 등을 만지게 될까 봐 영 찝찝해 손잡이를 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보라(33)씨는 항균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며 매일 사무실 컴퓨터, 키보드, 책상 등을 청소하고 손을 닦는다. 김씨는 &'손을 비누로 씻어도 바로 더러운 컴퓨터나 키보드를 만지면 무용지물일 것 같아 손이 닿는 물건들을 자주 닦고 있다&'고 했다. 손 소독제 품귀현상이 일자 소독용 알코올을 대체재로 들고 다닌다는 사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 지문 쪽이 아닌 손가락 뒤 마디 부분으로 누른다는 사람 등 &'자구책&'도 각양각색이다. 명실상부 &'생필품&'으로 등극한 마스크는 공공장소에서 쓰지 않으면 눈총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직장인 김선재(32)씨는 &'출근할 때 깜빡하고 마스크를 안 한 채 지하철을 탔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어 민망했다&'며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계속 쳐다보더라&'고 했다.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운동 강사들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할 만큼 일상에서의 감염 우려는 &'만성&'이 됐다. 한 필라테스 강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업시간에 마스크를 쓰는 건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 더 크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많은 사람을 상대로 수업하는 강사로서 손도 자주 씻고, 회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썼다. 바이러스와 접촉할 계기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외출기피증&'도 신종코로나가 만들어 낸 새로운 일상의 모습 중 하나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신종코로나 유행 이후 일상생활이 어떠냐&'고 묻는 글이 올라왔다. 두 아이 엄마라는 글쓴이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예약한 문화센터는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그는 &'마트도 직접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장을 보고, 외식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글에는 &'배달음식도 시켜 먹지 않는다&', &'목욕탕, 백화점, 영화관 같은 곳은 가지 않는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등 공감하는 댓글이 달렸다. 확진자들의 거주지나 방문지에 사는 시민들은 외출도 불안해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주부 A(55)씨는 &'며칠 전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에 나도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확진자가 방문하고 한참 뒤에 들렀기 때문에 괜찮다고는 했지만 연락을 받은 뒤엔 동네에서 어딜 가기도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코로나에 걸린 산모가 낳은 아이가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수직 감염 가능성이 알려지자, 임신부들과 갓 출산한 산모들은 반강제로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수개월 전 출산했다는 한 여성은 자신의 블로그에 &'신종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 생활 중&'이라며 &'아기 때문에 현관 밖을 아예 나가지 않는다. 계절감각도 무뎌지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임신 7개월차라는 한 여성은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같은 동네에 사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남편이 &'장 보지 말고 첫째 어린이집 등원도 시키지 마라&', &'결혼식장도 가지 말고 손님도 들이지 마라&', &'2월에 수강신청한 임신부 체조 취소해라&'라며 자가격리를 시키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