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 야기 동남아 강타…사망 500명 넘어
슈퍼 태풍 '야기'가 동남아시아를 강타하면서 사망자가 500명을 넘었습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현재까지 3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베트남 당국은 최소 291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고, 필리핀 50명에 이어 태국과 라오스 등에서도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태풍 야기로 2조 원대 피해… 성장률 0.15%p 감소
▲ 태풍 '야기'가 강타한 베트남 모습 슈퍼태풍 야기가 베트남에 약 2조원 대 피해를 불러오는 등 동남아 각국에 큰 피해를 안긴 걸로 나타났습니다. 블룸버그통신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현지시간 15일 북부 지역을 강타한 태풍 야기로 약 40조 동, 우리 돈 2조 1천72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1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베트안 정부는 하이퐁성, 꽝닌성, 타이응우옌성, 라오까이성 등 태풍 피해가 큰 지역의 경우 성장률이 0.5%포인트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 베트남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6.8∼7.0% 수준입니다. 태풍 야기는 지난 7일 베트남에 상륙해 홍수와 산사태 등을 일으키면서 최소 281명 사망, 67명 실종 등 많은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미얀마에서도 태풍 야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정 대변인은 현지시간 15일 기준 113명이 숨지고 64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홍수로 주택 약 7만 2천900채가 파손됐고, 이재민 약 32만 명이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화와 인터넷 연결 불가로 집계되지 않은 수치와 군정의 통제권을 벗어난 지역의 피해 등을 종합하면 실제 희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미얀마 군정은 야기 영향으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며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야기는 베트남 상륙에 앞서 필리핀을 강타했으며, 태국 북부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지역에도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얀마 태풍 사망·실종 163명…군사정권, 이례적 외국지원 요청
▲ 미얀마 네피도의 침수된 도로에 반쯤 잠긴 주택의 잔해가 떠다니고 있다. 슈퍼태풍 '야기'가 필리핀, 베트남에 이어 미얀마를 강타하면서 사망자가 급속히 불어나는 가운데 미얀마 군사정권이 이례적으로 외국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AFP·AP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현지시간 지난 13일 현지 매체에 정부 관리들이 외국과 접촉해서 피해자들에게 제공할 구조, 구호물자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고 밝혔습니다. 군사정권은 그동안 내전과 자연재해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쳤을 때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차단해왔습니다. 지난해 사이클론 '모카'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때 군사정권은 국제 구호 활동 담당자들의 이동을 차단하는 등 사실상 활동을 중단시켰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밝혔습니다. 당시 군사정권은 모카로 148명이 숨졌다고 발표지만 실제 피해는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해 최소한 13만 8천 명이 사망한 재앙이 빚어졌을 때도 당시 군사정권이 해외 지원을 처음에는 수용하지 않다가 뒤늦게 받았고, 이후에도 구호물자 배급을 철저히 통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군사정권이 이번에 외국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피해 규모가 연일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얀마 관영 TV에 따르면 야기가 몰고 온 홍수와 산사태로 전날까지 미얀마에서 74명이 숨지고 89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오랜 내전, 태풍에 따른 여러 지역의 통신 두절로 인해 피해 상황 집계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등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들은 실종자가 100명 이상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군사정권은 야기로 인해 대피한 주민이 23만 5천여 명에 이르며, 가옥 6만 5천여 채·교량 24개· 학교 건물 375동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시 등 중부, 동부 샨주, 수도 네피도 등의 저지대가 지난 11일부터 야기가 몰고 온 폭우로 침수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높은 곳으로 대피해서 살았지만 불어난 물에 고립돼서 물과 식수, 의약품을 구하는 피난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과 반군 간 내전으로 이미 대규모의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태풍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미얀마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한층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야기가 오기 전인 이달 초 기준으로 이미 미얀마 내 340만 명이 내전과 혼란으로 피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말라비틀어져 사람까지 위협…싹 다 베면 되는데 방치?
&<앵커&>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비틀어진 소나무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치료제도 없어 소나무를 베어내는 게 최선이지만, 그냥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문제는 죽어가는 소나무들이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겁니다. 박찬범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령층 20여 명이 모여 사는 경남 밀양의 한 마을. 소나무 숲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데, 4년 전만 해도 산 중턱에 간간이 보였던 붉은빛 소나무가 지금은 산 전체는 물론 민가 주변까지 뒤덮었습니다.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비틀어진 겁니다. [송준설/밀양 이장 : 제가 볼 적에는 이런 거는 (경사도가) 한 30~35도? 소나무가 아주 지금 넘어갈 정도로 되어 있으니까 걱정이 많습니다.] 이 상태로 2~3년만 더 지나면 고사목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해 산 전체가 민둥산처럼 변하게 됩니다. 경주의 한 마을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성옥순/마을 주민 : 마을 (산 지) 한 50, 60년 다 됐네. (예전에는 소나무가) 새파랬습니다. 새파랬는데 갑자기 재선충이 이만큼 옵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류는 잎이 아래로 처지고, 색깔도 붉게 변합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껍질도 벗겨지면서 하얗게 말라죽습니다.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재선충 감염 소나무류는 이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단지 산림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주민 안전까지도 위협한다는 겁니다. [유복순/마을 주민 : (비가 많이 오면) 밤새도록 뜬눈으로 새우지 뭐. 까닥까닥 그러면 잠 안 와요. 천둥 치고 해봐라. 얼마나 겁나는데.] 지난해 태풍 때는 재선충 고사목이 민가를 덮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유복순/마을 주민 : (잘라달라고) 신고를 하니까 처음에는 안 해주더라고. 사람이 들락날락거리다 죽으면 어떡하냐고 얘기했더니 해줬어요.] 산사태도 걱정입니다. [성옥순/마을 주민 : 이게 질땅이 아니고 마사토라 가지고 나중에 비가 오면 또 뭉개질까 봐 그게 또 걱정이야.] 실제로, 일본 연구진이 지난 2010년과 11년 산사태가 빈발한 규슈 아마미오 섬을 조사했더니,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 군락지에서 토사 붕괴가 더 많았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고속도로 터널 입구에 말라죽은 소나무도 운전자를 위협하는 낙하물이 될 수 있고, 해안 탐방로의 고사목도 보행자들에게 위험 요소입니다. 관광객들이 해안변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입니다. 제 바로 머리 위로 닿을 듯 말 듯한 재선충 피해 고사목들이 있는데요. 많은 비가 내리거나 강한 바람이 불면 이곳을 걷는 관광객들을 덮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김상환/관광객 : 위험한 거 알면서도 다니는 거지. 그냥 태풍 같은 거 오면 또 무너지겠지.] 국보가 많은 불국사 주변에도 재선충 고사목이 늘면서, 문화재에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규원/ 산림기술사 : 특히 동해안과 남해안은 이암 토질 그다음에 급경사지의 마사토 지역입니다. 그 사방지로 이루어진 숲이 소멸하고 나면 어떠한 피해 2차 피해가 나올지 아직 감을 못 잡는 그런 상태입니다.] --- &<앵커&> 현장 다녀온 박찬범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죠. Q.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안전사고로 이어지나? [박찬범 기자 : 최근 2년에서 3년 사이 연간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수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땅의 응집력을 약화시켜 산사태를 일으키고 산불이 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데요. 문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국내의 재선충병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Q. 이런 소나무들을 베어내지 않고 방치하는 이유는? [박찬범 기자 :결국에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면 안전과 직결된 재선충병 소나무를 베어내고 대체 식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국내 산림 방재 지침상 여러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도 취재했습니다.] ---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산림청에 보고된 재선충 감염 소나무류는 196만여 그루입니다. 이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47만여 그루는 아직 방제가 진행되지 않아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공식방제 기간인 10월이 돼야만 방제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산림 당국은 일반적으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재선충 감염 소나무를 베어냅니다. 재선충을 퍼뜨리는 하늘소가 성충이 돼 나무 밖으로 나온 뒤에는 방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최원일/연구관 : 여름에는 약제 살포들을 하는 거죠. 10월부터 3월까지는 나무를 베서 그 안에 있는 유충과 성충들을 없애는 방지를 하고요.] 병해충 확산 방지 관점에서 효율적인 시기를 정한 것이지만, 정작 집중 호우가 잦은 장마, 태풍철에는 안전을 위협하는 재선충 소나무가 방치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선호/녹색연합 자연생태팀 : 산의 경사면이나 민가 주변에 늘어나면서 이것들이 어떤 안전 위협을 가할 지에 대해서는 방제 지침에서는 사실은 빠져 있는 부분이 많은 거죠.] 현장에선 현재의 방제 예산으로는 재선충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최근 5년간 재선충 방제 현황을 보면 지난해부터 재선충 급증을 감당하지 못해 처리하지 못하는 감염 목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양현두/경주시 산림경영과장 : 매년 100억 정도 예산이 확보되어서 저희들이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확산 속도를 억제할 수가 없습니다.] 재선충병 확산이 국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지금과는 다른 방제 전략과 예산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정규원/ 산림기술사 : 숲이 완전 소멸된 지역에 대해서는 안전 쪽에서 측면에서 재난 측면에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방제 지침이나 매뉴얼이 나와야 합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이준호·방명환·임찬혁·홍지월, VJ : 김준호)
슈퍼태풍 야기 휩쓸고 간 동남아 피해 속출…사망자 270명 넘어
▲ 태풍 '야기'가 강타한 베트남 모습 최근 슈퍼태풍 '야기'가 강타한 동남아시아에서 피해 상황이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동남아 지역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270명을 넘어섰고, 수백만 명이 침수와 정전, 각종 시설 파괴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13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야기로 최악의 피해를 본 베트남 사망자 수는 전날 기준 226명으로 늘었습니다. 실종자가 104명이고 부상자도 800명에 달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산 피해도 늘어나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홍수로 25만㏊ 이상 농경지와 가축 피해를 봤다고 밝혔습니다. 유니세프는 베트남 26개 성에 걸쳐 주택 14만 채 이상이 야기로 피해를 봤다고 추산했습니다. 야기는 강풍과 함께 폭우를 몰고 와 베트남,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도 강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만달레이 지역 홍수 이후 시신 17구가 발견됐으며 5만 가구 이상이 대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조와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전으로 300만 명 넘는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홍수까지 겹쳐 미얀마인들은 설상가상으로 고통을 겪게 됐습니다. 미얀마 관영 매체 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를 잇는 철도 일부 구간 침수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여러 지역 통신이 두절됐다고 전했습니다. 태국에서는 북부 치앙마이주, 치앙라이주에서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9명이 숨졌습니다. 미얀마와 접한 매사이 지역 홍수는 80년 만에 최악이라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라오스 홍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당국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에 수일 내로 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주의보를 내렸습니다. 태풍 야기는 앞서 필리핀과 중국을 거쳐 지난 7일 베트남에 상륙했습니다. 필리핀에서도 20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됐습니다. 야기는 베트남 북부를 강타한 이후 열대저압부로 약화했으나, 주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려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