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CCTV 수백개' 10년 無범죄 성미산마을
&'13살 딸이 밖에서 싸우고 들어온 날은 집안에 앉아서도 딸이 누구와 왜 싸웠는지 다 알 수 있어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초입 두레생활협동조합에서 만난 이현정(41ㆍ여)씨에게 최근 강력범죄가 잦은데 무섭지 않냐고 묻자 이씨는 대뜸 천방지축 딸의 이야기를 꺼냈다. 같은 어린이집,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그 부모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이 마을에서는 어디서든 `제보&'가 들어온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씨는 &'워낙 험한 세상이다 보니 아이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자동 방범 연락망&'이 있는 마을이라 마음이 놓인다&'며 웃었다. 성미산마을은 1994년 공동육아를 하려는 젊은 부모들이 직접 어린이집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생활협동조합, 공동주택, 마을극장 등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공동체 마을이다. 우리, 또바기, 참나무, 성미산 등 4개의 어린이집과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400여가구 1천여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마을극장, 유기농 카페, 두레생협 등 이웃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마을 주민 간 교류가 워낙 잦다 보니 낯선 사람 한 명만 들어와도 바로 눈에 띄기 마련이다. 동네 사람끼리 얼굴을 붉히기도 쉽지 않다.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이나 통영 사건과 같은 강력 범죄는 이 마을이 만들어진 이후 10여년간 발생한 적이 없다. 43년째 이 마을에 살며 골목어귀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오오영(66ㆍ여)씨는 &'여름엔 해만 지면 주민이 밖으로 나와 돗자리를 펴는 마을&'이라며 &'동네 사람이 서로 잘 알다 보니 외부인이 나쁜 짓을 하면 금방 눈에 띌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옛날 동네마을의 정취가 남아있는 곳&'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성미산마을은 박원순 서울 시장이 마을 공동체 복원사업의 본보기로 제시한 곳이기도 하다. 10살, 7살 아들을 각각 성미산마을 대안학교와 우리어린이집에 보내는 최수진(40ㆍ여)씨는 &'아이가 동네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으면 다른 엄마들이 아이에게 `너 학원갈 시간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라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최씨는 &'맞벌이하는 입장에서 공동육아가 매력적이라 성미산마을로 이사 왔는데 다른 것보다도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어 유괴 걱정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 &'마을 사람끼리 일거수일투족을 다 안다는 게 오히려 단점이라면 단점일 정도&'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성미산마을의 사무처 격인 `사람과마을&'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이런 `자신감&'의 원인으로 `잦은 교류&'를 꼽았다. 7월에만 해도 마을 성인식, 연극제 등이 열렸고 이를 준비하며 주민 대부분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얼굴을 마주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통영, 제주, 울산에서 잇따라 일어난 아동ㆍ여성 대상 강력범죄와 관련해서도 &'우리끼리는 농담으로 성미산마을엔 `살아있는 CCTV가 수백개 돌아다닌다&'고 한다&'며 &'이곳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늘 얼굴을 마주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해온 이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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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