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마케팅 '봇물'…이벤트? 상술?
■ 경제와이드 백브리핑 시시각각 &<앵커&> 유통업계 숨은 이야기들을 똑소리 나게 풀어드리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한라입니다. 11월 11일. 숫자 1이 네번 겹치는 날이라서 그런지 국내, 해외할 것 없이 의미 부여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오늘이 혼자를 뜻하는 솔로데이, 광군제이고요. 우리나라는 날씬하고 길쭉한 숫자 1과 닮은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그리고 레일데이이기도 합니다. 데이 마케팅에 중국 광군제까지 겹치면서 모처럼 찾아온 대목에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이색 상품과 서비스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까지. 형형색색의 막대과자들이 매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유수림 / 서울 숭인동 : 직장 선후배나 친구들에게 선물해드리려고 빼빼로 사러 왔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윤영숙 / 서울 영등포동 : 큰 선물이 아니고 그렇게 크게 부담가지 않으니까 조그마한 거지만 다 손길이니까. 성의로 조금씩 나눠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선물하는 거에요.] 빼빼로데이가 처음 등장한건 1996년. 지방의 중학생들이 날씬해지자는 의미에서 막대과자를 교환한 것을 한 제과회사에서 마케팅으로 활용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빼빼로데이가 대중화되면서 업체들은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문구나 캐릭터를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하고, 초콜릿과 젤리, 핫팩 등 제품 구성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위한 빼빼로 등 이색 제품도 등장했고요. 예약 배달 서비스도 시작됐습니다. [김정훈 / CU 명륜성대점 매니저 : 빼빼로데이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매출 상승효과가 가장 큰 데이 행사입니다. 11월은 빼빼로데이 외에 수능 등 각종 행사가 많고 연말까지 이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패션·화장품 업체들도 데이마케팅에 가세했습니다. 111쌍의 커플들에게 커플 운동화와 티셔츠 제품을 한정 판매하기도 하고요. SNS 이벤트를 통해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도 곳곳에서 펼쳐집니다. 외식업체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 하루 한 디저트 카페에서는 가래떡 메뉴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김동한 / 설빙 홍보팀장 : 11월 11일, 가래떡을 11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는데요. 고객들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특정한 날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대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소소하게 온라인 프로모션으로도 데이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이마케팅. 오늘 하루만의 일이 아닌데요. 달력을 한 번 넘겨볼까요? 매달 14일은 흔히 포틴데이라고 부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로즈데이가 있고요. 솔로들이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도 있습니다. 발음이나 의미를 따라 만들어진 날도 있는데요. 5월 3일은 오삼데이, 오징어 삼겹살을 먹는 날이고요. 6월 6일은 한자로 고기 육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고기데이, 8월 8일은 팔팔 끓는 라면데이, 9월 9일은 구구운다는 닭고기데이입니다. 이처럼 00데이로 이름 붙이는 날만 1년 중 40여개가 넘는데요. 만우절과 부부의 날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비 촉진이나 매출 상승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과와 유통업계는 물론 외식, 뷰티, 패션업계까지. 이처럼 날짜를 활용한 데이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 뭘까요? 3월 3일. 삼이 두 번 겹쳤다고 해서 삼겹살데이입니다. 3월 7일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삼치, 참치데이죠. 대표적인 원양업체 동원과 사조 등은 매년 참치데이면 초대형 참치를 가지고 나와 해체쇼를 벌이는 등 판매 촉진에 나섭니다. 효과는 어떨까요? 실제로 행사 기간동안 삼겹살과 참치 매출은 전주 또는 전달보다 2배 이상 뛰어오릅니다. 빼빼로만 해도 11월 한 달 동안의 매출이 연간 전체 판매량의 60%에 달합니다. [신용성 / 롯데제과 빼빼로BM 매니저 : 데이마케팅을 통해서 매출이 직접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있고요. 더불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고 그것을 통해 매년 나오는 신제품에 대한 호응도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식품업체들의 경우 제품 홍보부터 판매까지 하나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데요. 때문에 데이마케팅은 효과적인 판매 전략 중 하나로 꼽힙니다. 유통업체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데이 행사가 포함된 시기,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나라 / 세븐일레븐 홍보팀 주임 : (과거에는) 고가의 기획 상품을 많이 선보였는데 요즘 트렌드가 실속형 소비가 뜨다 보니까 일반 저가형 상품 패키지를 많이 내놓는 추세입니다. 일반 상품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제품 구성이나 패키지 등을 차별화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소비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데요. 하지만 피로감을 호소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양현순 / 서울 상도동 : 애들이 있어서 빼빼로 구매하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누구는 받았고, 누구는 안 받았고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 보니까 애들 사이에서도 약간 상처된다고 할까요. 그런 부분이 사실 있는 것 같아요. 또 서로 주면 그만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도 있는 것 같아요.] [이유경 / 서울 문래동 : 아니요. 안 챙겼어요 한 번도.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너무 상술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제 생각으로는 꼭 무슨 날에 정해서 먹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시선이 이어집니다. [임유지 / 서울 신사동 : 다 상술같아요. 자장면데이, 로즈데이 등 너무 많은데 그런 날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의미부여를 너무 많이해서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어요.] 소비를 조장하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마케팅을 축소하거나 사회공헌활동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 :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죠. 다른 업체 홍보해주는 격이기도 하고요.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상황입니다.] 소비 촉진을 위해 기획된 마케팅이지만 모두가 빛을 보는 것도 아닙니다. 10월 31일은 10월의 마지막 날, 낭만을 상징한다는 의미로 한 제과업체가 만든 에이스데이입니다. 12월 12일은 숫자 12를 옆으로 누이면 고래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만들어진 고래밥데이고요. 하지만 정작 이를 공감하고 기념하는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역효과도 따릅니다. 한 제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 카피캣, 이른바 미투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이런 미투제품은 전체 제품이나 트렌드의 수명을 짧게 만들기도 하고, 업체들끼리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승창 /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문화적, 사회적 배경도 없고 스토리도 연결이 잘 안 되고 기업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 것들을 자꾸 패키지화시키고, 고가화시키고 프로모션을 지나칠 정도로 해서 정상적인 소비생활, 소비 의식을 무너뜨리고 이런 것들을 유발하는 지나친 마케팅을 기업 측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고요. 소비자들은 소비 기준에 있어 합리성이나 사치·고가 상술에 넘어가지 않고….] 특별한 날이 더 특별해지는 데이 마케팅. 지나친 상술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건전하게 소비를 장려하는 긍정적인 취지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업체들의 노력과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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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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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