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루된 김건희 집사 게이트…HS효성·카카오·키움증권 파장 촉각 [산업 막전막후]
[앵커] 국내 대기업들이 김건희 여사의 집사 게이트에 대거 연루됐습니다. 김여사 최측근이 관여한 기업에, 대기업들이 사실상 청탁 목적으로 로비성 투자를 했을 거라는 게 특검팀 의혹인데요. 수사 과정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개별 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부 최지수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김건희 집사 게이트가 재계로 확산되는 분위기인데 어떤 내용인지 먼저 짚어주시죠. [기자] 김건희 집사 게이트는 김 여사 측근으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관여한 회사가,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184억 원을 투자받고 그중 46억 원을 김 모 씨가 챙긴 사건을 말합니다. 김 모 씨는 렌터카 사업을 위해 2013년에 설립된 &'IMS모빌리티&'에 관여했고 지분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23년 IMS모빌리티는 재무 구조가 굉장히 부실한 &'자본 잠식&' 상태였고 미래 성장성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HS효성, 키움증권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수억 원씩 투자한 건데요. 총 투자규모는 180억 원이 넘습니다. 따라서 김건희 특검팀은 대기업들이 김 여사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대가를 바라고 우회적으로 자금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기업 경영진, 총수들을 소환해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전 정권과 연루된 예민한 사안에 기업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재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관련 기업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지난해 효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를 한 HS효성도 계열사를 동원해서 투자를 했죠? [기자]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의 계열사 4곳이 사모펀드를 통해 IMS모빌리티에 총 35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중요한 쟁점은 계열사 4곳 모두 조 부회장이 지분 80%~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혹은 지배회사 아래에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별도의 계열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너의 의사결정에 따라 움직였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특검이 조현상 부회장이 투자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특검은 조 부회장을 소환해 투자 관여 여부와 자금 제공에 대한 대가가 있었는지를 추궁할 예정입니다. 다만 HS효성 측은 &'자동차 사업 연관성이 있어서 투자를 한 것이지, 로비성이나 대가성 투자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런데, 며칠 전 조현상 부회장이 특검 조사 소환일에 불참하면서 수사를 회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요? [기자] 지난 21일, 조현상 부회장은 광화문에 있는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할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출석 예정시간인 오전 10시가 다 되도록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9시 55분이 다 돼서야 HS효성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조 부회장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 출장 일정으로 특검팀에 조사일 변경을 요청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다음 날 특검팀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조 부회장이 연락을 받고 있지 않다&'라고 밝히면서 조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냔 예상도 나왔는데요. 이후 소환일을 다시 조율을 하다가 조 부회장이 8월 1일에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련 기업 경영진 중 현재까지 불응한 건 조 부회장뿐인데 8월 1일에도 수사를 피할 경우 특검팀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또 조 부회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등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앵커] 대가성 로비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HS효성이라는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HS효성은 지난해 7월 효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를 통해 탄생한 신생 지주사입니다. 크게 첨단소재, 정보통신, 모빌리티, 물류 4대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요. 그룹의 경영 분리를 통해 조현상 부회장은 3세 경영인으로서 독립된 지배구조를 갖췄고 HS효성의 신사업 전반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총수가 직접 이번 투자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와 처벌 수위는 더 세질 수 있습니다. [박주근 / 리더스인덱스 대표 : 그룹 (분리) 초기에,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보다는 좀 더 역동성 있는 사업을 펼쳐나가야 될 시점에 오너 리스크가 터져버린다면 신산업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투자, 여러 가지에 있어서 오너가 결정할 수 없게 되는 거죠.] 또 조 부회장은 APEC의 기업인 자문기구인 ABAC의 의장으로 활동 중인데요. 각국 정상들에게 우리 민간기업 의견을 주도적으로 전달하고 세부 안건을 조율하면서 글로벌 정책 영향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APEC을 통해 본인의 입지를 다지려 했던 조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제외교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 역시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카카오모빌리티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죠?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도 IMS모빌리티에 30억 원을 투자해 대가성 자금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데요. 특히 카카오는 투자 당시 여러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김범수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를 받았고요. &'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37억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안 좋은 현안이 많았던 만큼 카카오의 투자는 김범수 창업자 등 그룹 차원의 승인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옵니다. 한편 김 창업자의 건강 악화로 인해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대신 지난 21일 특검 조사에 출석해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습니다. 카카오 측은 렌터카 사업의 파트너 관계에서 비롯된 사업적 투자였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카카오는 풀어야 할 현안이 많은데 악재가 추가될 수 있겠네요? [기자] 김범수 창업자의 SM엔터 주가조작 의혹 재판이 진행 중인데 정치적 악재까지 불거지면 그룹차원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라는 국내 최대 호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서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넓은데,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호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공정위 규제 등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유착 의혹까지 더해지면 그룹이 감당해야 할 이슈는 더 많아질 텐데요. 경영 투명성 문제로까지 번지면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앵커] 금융회사들도 투자에 참여했죠? [기자] 키움증권과 신한은행이 30억 원을, 한국증권금융은 5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특검팀은 자본시장 공정성을 지켜야 할 금융기관들이 외부 압력에 따라 왜곡된 투자 결정을 내린 건 아닌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당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하한가 사태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여서 투자 시기가 절묘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금감원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앵커]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일 텐데요. 이번 일이 시사하는 바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명확한 사업적 판단이 아닌 정권이나 정치적 고려를 이유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면 기업윤리 문제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권력에 편승한 불투명한 의사결정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신뢰 붕괴 등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시사하기도 합니다.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감사, 준법 등 견제 기능을 하는 내부 시스템이 정교하게 갖춰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최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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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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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