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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858회

방송일 : 2012.08.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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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새벽

▣ 방송 일자 : 2012년 8월 18일 (토) 밤 11시 10분

# 검은 옷의 청년들 그리고 야만의 새벽
7월 27일 새벽 3시 반경. 아직 어둠에 잠겨있는 한 유원지 주차장으로 6대의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린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들은 헬멧과 진압봉, 방패로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목적지를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들의 옷과 장비에는 자칭 민간군사기업이라는 ‘컨택터스’ 회사명이 적혀있었다.
같은 날 새벽 5시 6분. 119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머리를 다쳤는데 지혈이 안 되고 있으니 빨리 와 달라’는 것이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SJM 노동자였다.
‘컨택터스’ 소속 용역들이 부분 파업 중인 공장을 ‘접수’하기 위해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다치고 일부 노동조합원은 도망칠 곳이 없어 건물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대다수의 부상자들이 ‘컨택터스’가 던진 쇳덩이에 피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그 쇳덩이는 다름 아닌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제품이었다. 평균 20년씩 근무한 노동자들은 자신이 만든 제품에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 공권력은 어디에 있었나
조합원들을 더 놀라게 했던 것은 112에 신고를 7번이나 했지만 폭력 상황을 막지 않은 경찰이었다. 경찰은 그날 새벽 공장 앞에 3개 중대의 병력을 동원해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공장 안에서 터져 나오는 아비규환의 비명소리를, 피를 흘리며 공장 밖으로 나온 노동자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했다. 왜 경찰은 이 상황을 보고만 있었던 것일까?

# 현장 고백 _ 나는 왜 용역 ‘깡패’가 되었나
우리는 어렵게 당시 ‘컨택터스’의 선봉에 섰던 한 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특정 용역 회사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이 있으면 수하의 용역들을 모아 파업 현장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날도 20명의 용역을 이끌고 작전에 참가했다는 그는 늘 있는 일인데 왜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업 현장을 접수하다 보면 막는 노조원도 다치고 자기 수하의 용역들도 다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것일까. 그가 밝힌 이유는 단 하나 ‘돈’이었다. 위험한 건 알지만 그만큼 돈이 되니 유혹을 떨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난 한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등록금을 벌려면 힘들어도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일당 7만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만한 아르바이트도 없으니 당분간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다수의 용역업체 관계자들은 노조의 파업 현장을 접수하는 것이 이 바닥에선 ‘로또’로 불린다고 밝혔다. 직원을 여럿 둘 필요도 없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한 건 하고 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번 SJM 사태처럼 폭력으로 문제가 된다 해도 회사, 대표 이름만 바꾸면 그만이라고 했다.
우리는 취재 도중 2년 전 허가가 취소된 한 경비용역업체가 회사 이름을 바꾸고 같은 날 새벽 1,500여명의 용역을 이끌고 또 다른 파업 현장에 투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의 일부가 되어버린 용역업체의 폭력 사태.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용역 폭력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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